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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나무없는 산] 엄마는 떠났지만 울지 않는 아이들영화 추천/영화 2009. 8. 20. 00:14
2008년 부산 국제영화제에 소개되었고, 2009년 4월에 미국에서 개봉했으며, 2009년 여성영화제와 청소년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에만 나올 뿐 개봉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무없는 산>이 드디어 한국에서 상영된다. 개인적으로 <워낭소리>마케팅으로 통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와 내용이기 때문에 극장개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영화를 엄마없는 하늘아래 남겨진 두 여자아이의 이야기로 본다면 매우 심심하게 보일 것이다. 여자 아이 두 명이 처량하게 서 있는 포스터를 보며 감독이 이렇게 뻔한 내용을 그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뻔해보이는 영화에 감독이 어떤 시선을 섞었는지 궁금했었다.
영화가 시작하면 '진'이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얼마나 집중하는지 손을 번쩍 번쩍 들고 수학 문제를 중얼중얼 거린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오니 엄마는 '진'을 보자 마자 신경질이다. 왜 동생을 돌보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이다. 이렇게 좋았던 기분이 한 순간에 다운이 되자 아이는 엄마 눈치를 본다.
어머니는 아이를 키울 수 없어 고모에게 맡긴다. 마당에 빈 술병을 잔뜩 쌓아 놓은 고모집에 있으면서 학교도 다니지 않게 된 다음에는 아무 느낌도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데 그나마 엄마가 주고 간 돼지 저금통이 유일한 희망이다. 엄마는 '진'이와 '빈'이를 떠나보내기 전에 돼지저금통을 건네며 '여기 동전이 꽉 차면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오겠다는 말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 '새빨간 거짓말'이고 9살 '진'이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알고 있다. (라고 나는 느낀다) 처음에는 분명히 엄마가 돌아온다고 하니 동전을 넣었는데 점점 동전을 넣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진'이는 동전을 모으려고 장사까지 한다. 골목에서 메뚜기를 구워서 팔고 용돈을 지폐로 받으면 동전으로 다 바꿔 저금통에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나중에는 무서울 정도로 동전을 모으는 것은 살려고 바둥대는 한 인간의 아우성처럼 보인다.
아직 죽음을 모르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리가 없는데 이렇게 살려고 바둥 거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은 동정심이랑 다른 것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엄마가 아이를 고모집에 데려다 놓고 버스를 타고 가는 모습을 '진'이와 '빈'이 지켜본다.
그 후 버스정류장이 잘 보이는 돌언덕에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와서는
나무를 쑤셔 넣는 장면이다.
제목 그대로 그 언덕에 죽은 나무를 심어서 '나무 없는 산'을 만든다.
아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참 허무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 비교될 만큼 아이의 행동을 날로 보여주고 있다.
아빠가 무슨일로 사라진 것인지
왜 엄마가 아이들을 맡기고 연락 한번 하지 않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깜깜한 상황에 있는 아이를 관찰한다.
어린아이는 막막한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조금 일찍 온 것 뿐이지 누구나 이런 시절이 온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사는 '진'이에게 동정이 아닌 공감이 가는 이유다.
P.S
영화를 보면 당연히 궁금해 할
마지막의 여운을 남긴
동요의 제목은 무엇일까?
지난번 반두비때 경험을 살려 공식블로그에 물어 보았다.
출처 http://blog.naver.com/treeless50
P. S
청소년 영화제에서 '진'이 역을 맡은 김희연 양이 무대인사를 했다.
영화에서처럼 에너지가 가득한 아이였다.
반두비의 백진희, 불신지옥의 심은경을 잇는 한국 여배우의 발견이다. (문제 되면 내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