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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두비]공부밖에 모르는 한국 청소년이 봐야 할 한국영화
    영화 추천/영화 2009. 7. 3. 12:09



    경사가 가파른 학교 정문을 내려가는 민서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민서가 부럽다.

    나는 왜 학생 시절 학교가 인생에 아무런 해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민서처럼 학원비를 스스로 충당할 생각도 못했다.

    부모님은 학원비라면 거절하지 않으시니까.

     

    민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다른 아이들처럼 원어민이 강의하는 영어 학원에 등록하고자 한다.

    친구는 아버지한테 물어보자라고 쉽게 말하는 반면에

    민서는 까짓 것 벌어서 가면 되지 뭐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당연하게 교육비를 부모에게 요구할 수 있지만

    민서는 요구할 부모가 없었던 것이다.

     

    민서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성추행 사건으로 그만두고

    경찰서에서 업소전단지를 발견한다.

    이 업소 아르바이트 장면은 안쓰럽기 짝이 없는데

    그런 마음은 민서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다시는 안 해. 억울해. 영어학원 가고 싶어. 좀만 참자.

     

    청소년이 이런 업소에서 일하는 장면이 심의위원회의 19세 이상 등급 사유가 되었는데

    그럼 주유소에서 짤린 고등학생이 이런 일 말고 어떤 걸 해야 그런 돈을 마련할 수 있지?

    우리나라에서 교육비를 충당하려면 부모님 등이 휘거나 학생이 이런 일을 하는 것뿐이란다.

    청소년에게 이런 현실을 감춰야 한다는 것인가? 이 장면을 넣은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다.

     

    이런 와중에 민서는 카림이라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사귀게 된다.

    만날 학교, 엄마, 선생님, 학생, 친구, 연예인 속에서 쳇바퀴 돌던

    평범한 학생에게 전혀 새로운 구역의 친구가 생긴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서가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친해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이주노동자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먼저 이해한 거다.

    요리하고 밥을 먹고 노동을 하고 치안으로 경찰서에 가기도 하고 불법체류자가 되어 유치장에 갇히는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먼저 본 것뿐이다.

    왜 집에 초대해서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보통 남자들이 좋아하니까 너도 좋아하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 아니었을까?

     

    카림은 어른이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했지만 자기 주장이 있는 사람이고 책임감도 강하다.

    매우 모범적인 캐릭터다. 이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원조교제운운하는 악플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카림이 여고생을 여자로 보는 사람은 아니다.

     

    민서는 소원대로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고 카림에게 학원 선생님을 소개시켜준다.

    같은 외국인끼리 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

    태껸을 배우며 한국 여자를 사귀는 백인 영어강사와

    뼈빠지게 일해도 불법체류자가 되는 이주노동자의 대화는

    선문답으로 끝난다.

     

    똑같은 외국인에게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민서도 알게 된다.  

    민서는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봉사하며 책을 읽는다.  
    민서의 방학은 건강했다
    .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무엇보다 학교가 인생에 아무런 해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우리 청소년들은? 청소년 영화를 청소년이 못 보게 된다는 뉴스를 접하기나 했을까?

    그저 방학에 어떤 학원을 다닐까 고민하는 것이

    그들 학생이 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고등학교 시절처럼.

     



    민서가 읽는 책이 궁금해서 반두비 공식 블로그에 물어보았다. 하워드진의 <오만한 제국>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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