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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름] 여운이 강하게 남는 대만영화영화 추천/영화 2008. 10. 13. 19:11
샤우헝은 좀 이기적인 자식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지만 자기 곁에만 두려고 한다. 보고싶을 때 봐야하고 중요한 일 있을 때 와주어야 하고 심지어 자신의 동아리, 클럽도 같이 가야한다. 영화 내내 샤우헝은 쩡싱이 무슨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니까. 샤우헝한테 쩡싱은 외로울 때 빛이 되줘서 고맙고 잃어버리면 다시 혼자가 될 것 같은 단 한 명의 친구다.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을 말해주기 싫었던 것도 단 한 명의 친구와 관계가 멀어지는 걸 견딜 수 없어서인 것 같다.
쩡싱은 친한 친구를 좋아하게 돼서 혼란스러운데 힘들어도 어디하나 터놓지 않는다. 샤우헝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더 친해지길 거부한다. 쩡싱이 영화에서 딱 한번 감정이 폭발하는데 샤우헝과 후이지아가 사귄다는 걸 알았을 때다. 스스로 샤우헝과 어떤 특별한 사이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없었으면서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이제 모두 끝이라고 생각한거다. 홧김에 아저씨와 관계를 가지는데 아무래도 그때 자신이 게이라는 걸 알게 됐다기 보다는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걸 깨달은것 같다.
영화는 큰 사건 없이 ‘쩡싱이 샤우헝을 좋아한다’ 이거 하나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별일이 없다. 그 후에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당연히 세 명은 다 뿔뿔히 흩어질꺼라 생각한다. 초등학교부터 친했던 샤우헝과 쩡싱 사이도 ‘옛날 절친’ 정도로 남을 것이고 사귀었던 샤우헝과 후이지아도 ‘ex-girl friend, ex-boyfriend’로 남겠지. 영원할 것 같은 시절이 부서지는 그런 과정을 담은게 영원한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