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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슬리 스나입스의 숨겨진 명작 Disappearing Acts
    영화 추천/영화 2012. 12. 25. 12:13

    이 심오한 제목의 영화는 한국에 [키싱유]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 된 작품이다. HBO의 TV영화가 한국에 비디오로 출시된 것이 참 신기하다 싶은데 덕분에 DVD로 이 영화를 구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러브앤바스켓볼(Love&Basketball)의 감독 지나 프린스바이더우드의 2번째 장편영화다. 여주인공이 산나 라단이라는 이유로 찾아보게 된 영화였는데 여운이 꽤 오래간다. 러브앤 베스킷볼에서 깡마르고 근육질의 농구소녀로 나왔던 산나 라단은 바로 다음 작품으로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20파운드나 찌웠다고 한다. 내가 본 그녀의 영화 중에 가장 살집 있는 모습이다.

     


    키싱 유 (0000)

    Disappearing Acts 
    0
    감독
    지나 프린스 바이더우드
    출연
    산나 라단, 웨슬리 스나입스, 존 에이모스, 클락 존슨, C C H 파운더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15 분 | 0000-00-00


    이 영화에서 웨슬리 스나입스의 출연은 의외였다. 1998년에 대 히트를 친 블레이드 이후에 출연한 것이라는 점도, 톱스타가 된 후에 화려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일상적인 드라마를 선택한 것도 놀라운 점이다. 그의 필모에 이런 현실 적인 이야기가 몇이나 될까. 나중에 살펴보니 그의 영화사 Amen-Ra Films의 작품이었다. 이 분 이런 면도 있군? 이 영화에서 연기를 정말 잘한다. 원나잇 스탠드로 베니스 남우주연상을 탔는데 그 이후로 이런 연기는 안 한 줄 알았다. 이 분 아카데미 한 번 타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감옥에 있다는 웨서방. 출소하면 빨리 좋은 영화 많이 출연해 줍쇼.



    Disappearing Acts 라는 제목이 참 심오하다. 이미 지난 일이라는 뜻인가. 이 영화는 흥행에 부담이 없는 TV 영화영서 그런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에 억지 설정을 넣지 않았다. 아니면 소설이 원작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열심히 사랑을 하고 우리는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지켜보게 된다. 미국에서도 이런 담백한 사랑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싶다. 이렇게 일상적인 연기를 잘 하는 미국 배우들도 처음 본 거 같다. 두 주인공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적재 적소에 흘러나오는 음악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게 사실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마음이 통하고 같이 있고 싶은 감정으로 소위 사귀는 것은 이면의 고통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인간이기에 남자와 여자이기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갈등을 연인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한다. 상대방을 더 잘 알아가고 배려해나가는 좋은 갈등이지만 한계에 다다를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인이기에 남남이 되는 지경에 이르지 않으려고 다시 화해한다. 그들의 직업을 떠나 여성이어서, 또는 남성이어서 표출되는 행동과 감정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 보아도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었다.




    주인공들에게 보편적인 여성과 남성의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 주인공들의 심리 파악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남자는 불안정한 직장을 극복하려고 사업을 구상중이지만 실천은 없는 상태다. 그는 조금이라도 무시를 받으면 토라져 버리고 술로 해결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아버지이지만 직장에서는 고분고분 하지 않아 인맥을 넓히지도 못하고  자의로 그만두기도 한다. 여자는 남자의 기분을 복돋을 줄 알고 많이 인내하는 편이지만 돌아보면 남자의 성공을 위해 해 준 것은 없다. 소위 내조라는 부분 말이다. 아파트 열쇠를 준 것과 같이 생활한 것이 전부다. 





    산나 라단과 웨슬리 스나입스는 이런 여자와 남자를 완벽하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냈다. 산나 라단은 서른의 어린 나이에 출연한 영화에서 그녀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준다. 십년 전 영화라 풋풋한 느낌이 강하지만 참 열심히 연기한다. 노래 처리가 더빙으로 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노래 잘하는 배우를 데려왔다면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웨슬리 스나입스의 연기는 정말 놀라웠다. 그는 액션연기를 좋아하고 액션 전문연기자로 알려진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디테일한 연기를 하다니. 마치 연극 무대에서 숨소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꽉 잡는다는게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 원나잇 스탠드에서는 화면과 음악이 감성적이어서 뭍어 가는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연기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TV영화로 한 번 방영하고 말기엔 아까운 연기였다 정말로. 빨리 컴백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나이가 오십이 넘었으니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줄거리

    조라 뱅크스(산나 라단)는 뉴욕에서 브루클린으로 막 이사를 온 참이다. 학교 음악 교사지만 가수의 꿈을 꾸고 있어서 이곳에서 데모 CD를 완성할 계획인 것. 이사짐을 내리려는데 새 아파트의 방바닥 니스가 마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파트 니스칠을 해 준 사람이 프랭클린(웨슬리 스나입스)이다. 이사짐 센터 아저씨들은 짐을 땅바닥에 그냥 놓고 가 버린다. 나중에 조라가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아주 검은 피부에 삭발이 이상형이라며...) 둘 다 첫 눈에 호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사짐을 아파트로 날라주는 일을 도와주다가 조라가 프랭클린에게 이름을 물어보는데 프랭클린이 "프랭클린 스위프트에요. 프랭키라고 부르세요." 라고 대답하자 조라가 "그런 품위 있는 이름을 줄여서 부르면 안되죠"라고 받아친다. 내 생각에 이 말이 프랭클린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이사짐 나르기를 도와주러 온 날 조라는 프랭클린에게 하는 일이 무엇이고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프랭클린이 비키라는 감독관 밑에서 일하는 일용직임을 알고 있는 상태이니 "비키 밑에서 일하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해요? "라고 물으니 그는 약간 감정이 상한 듯 쌀쌀맞은 표정을 짓는다. 프랭클린은 브룩클린의 집 내부의 목조를 갈아끼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라는 거기에서 의외의 듬직한 면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조라의 친구들은 그의 불안한 직업을 들어 염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조라는 프랭클린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좀 심했다. 고등학교 중퇴에 아들이 둘이고 전부인과는 이혼을 하지 못해 별거상태라는 것이다. 프랭클린이 이런 고백을 하자 조라는 유부남이었냐며 황당해 하고 프랭클린은 조라의 반응에 그럼 그렇지 하고 토라져 버린다. 조라는 고민 끝에 남자의 외적인 조건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필요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파트 열쇠를 건네며 같이 살자고 한다. 

    이 영화는 아주 현실적인 남녀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둘 사이에 사랑이 가득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남자의 자존심, 여자의 독립심으로 핀트가 맞지 않을 때마다 서로 마음이 상하고 다시 화해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조라는 프랭클린을 점점 무능한 인간으로 대하게 된다. 이건 남자와 여자의 일반적인 상황에서 똑같이 발생하는 일이다. 여자가 집안일만 하고 있으면 위축되고 사회생활도 점점 힘들어 지듯이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자의 안정된 직장이 얼마나 커플에게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조라는 직장에 데모 CD 작업에 살림까지 하면서 연애(동거)하려니 압박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잘 참는다. 그러다 덜컥 임신이 되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한다. 귀신같이 알아차린 프랭클린은 내 아이를 지우지 말라고 애원하고 조라는 그의 간절한 마음을 보고 아이를 낳기로 한다. 

    프랭클린은 사업 구상은 어디로 간데 없고 일자리 찾기도 힘들고 조라는 일과 노래 연습을 하느라 프랭클린에게 소홀하게 된다. 그러다가 조라의 생일날 대판 싸우게 된다. 조라는 너무 가고 싶었던 샤카칸의 콘서트장 앞에서 암표를 팔고 있는 남자를 보자 생일인데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다며 자기 돈으로 암표를 사고 프랭클린은 자존심이 상해 표를 박박 찢어버린다. 

    조라는 잘 녹음해 놓았던 데모 CD를 스튜디오 대금 낼 돈이 없어 프로듀서에게 뺏길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또 크게 싸운다. 프랭클린은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조라에게 화가 났고 조라는 프랭클린이 자기에게 아무것도 도움이 안되고 손해만 입힌다는 생각에 당신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게 뭐냐고 반문해 버린다. 프랭클린은 아주 상심하고 술을 만취한 상태에서 조라에게 이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둘은 그렇게 헤어진다. 다시 봉인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프랭클린은 잠적하고 조라는 눈 내리는 새해를 맞으며 창밖을 보고 한없이 울어버린다. 7개월 만에 나타난 프랭클린은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통과하고 건축 자격증 시험을 준비중 이라고 말한다. "우리 둘이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 잘 안되더니 헤어지니 다 잘 되네." 조라의 말이다. 그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사랑이 변함 없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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