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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제대로 누리기 - 충무로 영화제에서 여문락의 <푸른이끼>를 보고영화 추천 2008. 9. 10. 18:25
지난 9월 6일 2시. 대한극장 푸른이끼 상영관.
영화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소리에 무섭게 여자들이 마구 함성을 지른다. 여문락이 왔다. 여문락보다 조금 더 젊어보이는 곽자건 감독과 흰 원피스를 입은 여주인공(승색려)이 들어온다.
충무로 프로그램 발표날부터 이순간을 기다려 왔을 팬들이 순식간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사회자가 여물락씨 여물락씨 하면서 소개를 해주었는데 역시 관심 없는 스타라 그런지 별로 신나지 않았다.드디어 영화 시작. 영화는 굉장히 시끄럽고 어둡고 폭력적이었다.
주인공 여물락씨의 고뇌, 여주인공의 아름다움? 할머니 장마담의 섬뜩함, 파키스탄 사람이 들고있던 장총의 압박, 증지위 아저씨의 귀여움, 분위기 확 깼던 거지의 등장과 소녀의 팝업북에 대한 집착이 잘 어우러져 과연 홍콩영화스러웠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 만큼 걸작이 아니어서 (뭘 믿고 걸작을 기대했을까?) 찝찝했지만 그래도 나름 홍콩스타이신 여물락씨를 동네 오빠 보듯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여문락 뒷통수 같나요?
영화제를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그날을 계기로 내가 터득한 영화제 Tip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에 관심 있다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간다면 아쉬움만 남겨 올 뿐.
카다로그를 교과서처럼 달달 외워라 !!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상영작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한국에 홍보되지 않은 작품들이기 때문에 무엇이 재미있을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카다로그를 잘 살펴봐야 한다. 약 2주 전에 카다로그가 배포되는 걸로 알고 있다. 보통 개막식표가 빨리 매진되는데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개막작은 워낙 한국에서 개봉이 잘 되니까.영화제에서 제대로 건지려면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않을 것들을 위주로 찾아야 한다. 나중에 리뷰글 보고 보고싶어 안달하다가 몇 시간 걸려 다운로드 받아…. 외국 사이트 들어가서 DVD 주문해…너무 복잡해지니까. 국적별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미국> 한국 순으로 유심 있게 살펴보자. 19금 영화 하나씩 봐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
영화 못지않게 극장 선정도 중요하다
영화제가 아는 동네에서 하면 가장 좋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연달아 이어지는 영화라면 미리미리 교통편을 생각해 가야 한다. 차마 인터넷 예매를 하지 못했을 경우 현장예매를 해야 하는데 차 타고 힘들게 갔다가 ‘매진되었습니다’ 하면 얼마나 난감한지. 차라리 한 극장에서 볼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게다가 일행이라도 있으면 신경질 내기 일쑤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한 극장에서 다 보는 것이지만 어디 보기 싫은 영화까지 볼 이유는 없지.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여유로울 것을 바라면 안 된다. 때로는 치밀하고 필사적일 필요가 있다.스타가 온다고? 그럼 만나줘야지!!
유명 배우가 가장 우아하게 팬들을 맞아주는 장소는 뭐니뭐니 해도 영화제인 것 같다. 그리고 팬이지만 매달리는 입장이 아닌 질문 하는 위치에 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카다로그에서 GV 라고 되어있으면 무조건 동그라미 치고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면 꼭 만나보자. 수첩에는 영화에 관한 질문을 한 가득 담고 GV 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드는 거다. 질문 하는 법도 Tip이 있는데 무조건 제일 처음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할수록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진행자는 시간 촉박하다고 타박하니까. 그리고 카메라만큼 MP3 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어두운 극장안에서 사진찍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차라리 관객과의 대화를 녹음하는게 오래 남는다.GV가 끝나자마자 재빠르게 스크린앞으로 다려가는 팬들
영화제의 재미는 영화제가 끝난 다음부터 온다. 본 사람들끼리만 알 수 있는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국내 블로그 검색해보고 해외 영화 사이트 뒤져보고 평론 보고 이러면서 재미가 새록 새록 쌓인다.
1년이나 그 후쯤이라도 영화가 개봉되면 음~ 나이거 어디어디 영화제에서 봤지 하는 흐믓함.
그게 추억으로 남는다.
충무로 영화제가 끝나고 한달뒤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나역시 카다로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