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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 2013 만족스런 세 편의 영화들영화 추천/영화 2013. 7. 21. 22:37
올해도 어김없이 PIFAN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추억을 남겨서 좋았다.
아침 8시 20분 현장예매 줄
올초에 7호선이 부천까지 뚫렸는데 그 때문인지 상영관이 다 7호선 주변이었다. 신중동역, 부천시청역 주변.
매년 비와 함께 하는 PIFAN이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는 무난한 듯. 비가 올듯 말듯 약올리더니 소나기가 가끔 올 뿐.
개인적으로 피판이 가져오는 호러나 슬래셔물들은 별로 관심이 없고 국제장편이나 다큐멘터리, 일본영화를 선호하는데 올해 일본영화들이 짱이었다. (근데 왜 일본영화 하나도 못본거지? ㅎㅎㅎㅎㅎ)
이쿠타 토마의 뇌남. 사토신스케 감독의 도서관 전쟁, 미이케 다카시 짚의 방패, 마츠다 류헤이와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조 나오는 배를 엮다, 노란코끼리, 요노스케이야기 등등등
거의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겁나 빠른 매진으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일본영화는 개봉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막 아쉽고 그렇지는 않다.
이번에 본 영화들은 정말 부천영화제 아니면 못 볼 영화였기에 좀 뿌듯하다.
먼저 <골드>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진출작이었다. 1898년에 캐나다 살고 있던 독일 이주자들이 금광이 있다는 도슨으로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대단히 스펙타클하며 서사적이며 각종 모험이 끊임 없이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서 봤는데. ㅎㅎㅎ 상당히 졸린 영화였다. 옆에 앉은 분은 계속 한숨만 쉬고 나는 졸리면 자버렸다.
금광으로 떠나는 한 무리에 다섯 명쯤 멤버가 있는데 이들의 길고 지루한 여정을 따라가며 멤버가 하나 씩 없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들은 캐나다에서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여정은 현실 도피이자 인생 단 한 번의 도박과 같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으니.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죽어버린 사람은 아이러니 하게도 리더이고 (이 부분 너무 졸려서 기억이 안난다. 왜 사라졌던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혼자가 아니었던 부부는 남편이 다리를 다쳤다며 그 핑계로 바로 포기해 버린다. 리더가 사라진 후 리더자리에 오른 남자는 자신만만 하더니만 곰 덫에 다리가 집히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다리도 잘리고 목숨도 잃게 된다. (아마 곰 덫에 걸리는 순간 부터 잠이 확 깼던 것 같다)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본 목수 아저씨는 반 미치광이가 되어 다 벗어던지고 숲속으로 사라진다. 비밀이 많으며 여자를 먼 발치서 지켜주던 훈남 아저씨는 여자의 마음도 얻고 머물만한 숙소를 찾은 희망적인 순간에 사살되고, 홀로 남은 여자만이 말 두 마리를 이끌고 도슨을 향해 떠난다. 상당히 철학적인 영화인 듯. 감동받은 분의 감상평이 여기에 있어요.
두 번째 영화는 <잉글리쉬 빙글리쉬> 눈과 귀가 즐거웠던 인도영화다. 부천시청 앞줄에서 2번째여서 걱정했는데. 최고의 명당인줄은 몰랐다. 무대가 낮아가지고 S 석은 가장 앞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나와 친구들 모두 흡족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주인공 아주머니 미모와 몸매가 환상이고, 내용도 뉴욕에서 영어배우는 인도 아줌마 이야기인데 너무 훈훈하고 등장인물들도 유쾌하고 소소한 반전이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영어스트레스에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되기도 하고 "라두"가 넘 먹고 싶어지는 영화. 저엉말 영화관에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영활 컴퓨터로 봤다면 이정도 즐겁지는 않았을 듯. 아, 뉴욕 맨하탄을 갈 예정이거나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어머나 감독님이 1974년생 여성이고 무려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이 영화로 각종 신인감독상을 받은 걸 알 수 있다.
세 번째 영화는 카다로그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 소리쳤던 영화다. <시암의 사랑>의 추키앗 사클비라클 감독의 최신작이었던 것이다. 시암의 사랑처럼 따듯한 그리고 케미돋는 영화를 한 동안 쉬었던 이 분이 추억과 낭만과 사랑을 담은 영화를 드디어 발표하신것. (하지만 작년 영화였다...) 시암의 사랑은 거의 3시간이 되는 긴 영화인데 태국영화라 파일 찾는 것도, 자막찾는 것도 힘들텐데 아직까지도 이 영화에 필받는 분이 넘쳐난다. 2009년에 부천시청에서 주인공 피치를 만난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 제목은 <홈>이다. 좀 밋밋한데, 원제는 Home: Love, Happiness, Memories 이다. 세 편의 단편영화가 차례 차례 나오는 옴니버스 영화이다. 물론 마지막에 다 모인다. 시암의 사랑과 비슷한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못지 않은 혹은 능가하는 영상
미를 보여주었다. 태국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시암의 사랑 2탄 같은 첫번째 에피소드는. 에이 또 게이야? 싶었는데
그런 클리쉐?를 피해가려는 듯 영화의 가장 마지막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두번째 에피소드도 잔
잔하니 좋았다. 무엇보다 영상미. 로케이션. 태국 정말 아름다운 나라인 것 같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좀 길게 느껴
졌는데 결혼을 앞둔 여자의 복잡한 심경.. 그런 내용으로 지금 방영중인 결혼의 여신이 떠오르며 어찌나 비교되던
지... 신랑의 소감 부분에서 또 감동..
이 영화 자체가 좀 감동인게 <시암의 사랑>의 사랑스러운 배우 윗위신 히룬웡쿨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암의 사랑에서 잘생긴애 말고 노래부르는 애 말이다. 정말 깜짝 놀랐고 완전 감동이었다. 감독의 페이스북에 등장하는걸 보
니 감독과 아직도 친한가보다. 부천에 오지 왜 안왔을까.
아주 만족스러웠던 나의 선택. 내년에는 보고 싶은 영화 눈치 안보고 다 볼 수 있길 바라며. 실은 오늘 가진동이 오
는 <늑대가 양을 만났을 때>를 보려고 예매까지 했다가 취소했다. 일요일 저녁은 무리인 것 같아서. 영화제를 오면
맨날 그런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실컷 봐야지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