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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꿈꾸는 풍경] - 그리움이란 이런 것영화 추천/영화 2012. 2. 26. 22:56
2003년 10월달에 홍콩에서 개봉한 영화입니다. 저는 2008년 쯤 광화문 좌판대에서 DVD를 구입했지요. 왜 이런 영화가 DVD로 출시되었을까 찾아보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더라구요. 그때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출품될 정도로 나름 화제작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감독도 배우도 한국에서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편애하는 배우 유엽이 출연합니다. [란위]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기에 관금붕 감독이 추천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여배우 임가흔은 [남인사십]에서의 연기가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정이건은 액션 배우 이미지인데 아픈 남자로 나옵니다.
Stanley Kwan 보이시나요?
감독은 홍콩사람, 투자는 대만과 합작한 것 같고 영화의 배경은 대륙 칭다오입니다. 중국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중국영화인가보다 하겠지만 제가 볼땐 홍콩 사람들이 만들고 홍콩 배우가 출연하는 홍콩영화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포스터에 정이건이 임가흔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일테지요. 비중은 유엽이 훨씬 큽니다.
꿈꾸는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회상과 현실, 꿈을 적절히 섞어놓았습니다. 회상은 아련하게 현실은 건조하게, 꿈은 몽환적입니다. 오프닝부터 일러스트를 이용한 것이 독특한 색깔을 내려고 노력한 것 같네요. 칭다오라는 도시를 동화 속에 나올법한 이국적인 풍경으로 잡아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중국인들이 사는 동화 속 마을. 상상이 가시나요?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게 예쁩니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푹 빠질 수 있다면 좋은 멜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멜로 영화는 남자 여자가 티격 태격하거나 기름 좔좔 흐르는 로맨틱한 장면으로 점철되기 마련입니다.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든다는게 쉽지 아니한가 봅니다. 감성영화라고 하나요?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주인공 감정에 이입하고 그들이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 상상하게 하는 그런 느낌이 풍부한 영화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줄거리가 잡히지 않아 졸렸는데 두 번째 보니까 상당히 짙은 감성의 영화였습니다. 여자주인공이 죽은 남자 친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회상씬에서 나오는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와 칭다오에서 만난 우체부 리와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에서 애틋한 뭔가가 느껴지네요.
음악과 촬영도 아주 멋집니다. 홍콩영화의 튀는 설정도 없고 중국영화처럼 거친 더빙도 아니구요. 2003년도에 홍콩금장상 촬영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죽은 애인을 그리워 한다는 설정은 뻔할지 몰라도 이 영화에서는 그리움의 감정이 진하게 뭍어나기 때문에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소개의 줄거리에서는 인물을 세 명만 소개했지만 샘의 누나와 전남편과의 이야기나 옆집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 우체부리와 졸졸 쫓아다니는 꼬마아이의 모습에서 여러 모습의 사랑이 드러납니다.
캐스팅은 죽은 애인으로 나온 정이건만 빼면 아주 훌륭했습니다. 정이건은 그가 액션배우임을 프로필을 통해서만 본 저조차 도저히 그 얼굴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파보이지도 않고요. 우체부로 나온 유엽은 대륙의 촌스러운 순진남을 역시 몸소 잘 보여주었습니다. 임가흔은 정말 멜로 여주인공에 딱 맞게 사연많은 표정과 여린 미소, 여성미가 물씬 풍겨졌습니다. 아주 매력있게 나옵니다.
유엽이라는 배우가 관심있어서 이 영화 DVD를 사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유엽이 출연한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 유엽을 홍콩 영화계에 알린 [란위]의 감독 “관금붕”이 제작을 맡았더라구요. [란위]에 한동의 부인으로 나왔던 배우도 샘의 누나로 등장합니다. 임가흔의 청초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이 영화의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란위에서 이 배우 기억나시죠?
첫 스킨쉽. 걷다가 소리에 놀라서.
처음으로 까페 간 날.
그곳을 찾음
남자는 좋아죽는데 여자는 좀..
머리 잘라줍니다
귀를 보고 만질랑 말랑 하는거에요.
자기 감정에 놀라는 표정 (내 생각)
이 애절한 눈빛은 뭔가요? 이러구 그냥 가버립니다.
신발을 돌려주는 배려
떠나기 전에 안아봅니다.
리가 건네준 그림 노트
이것이 문제의 꿈꾸는 풍경
줄거리
[마]라는 홍콩여자가 칭다오에 온다. 그녀는 남자 친구의 누나 집에 살면서 미용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칭다오에 온 것은 죽은 애인이 일기장 속에 남겼던 어떤 풍경을 찾기 위해서다. 그녀의 애인 [샘]의 직업은 화가다. [샘]은 그의 전시를 보고 있던 [마]에게 첫눈에 반했다.
[샘]이 죽은 후로 [마]는 슬픔에 겨워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애인의 자취를 느끼고 싶어서 그의 고향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잊지 못한다. 그녀는 [샘]이 남긴 일기장을 하루에 한 개씩 따라 쓴다. 그림만 가지고 그린 장소를 찾는 것도 [샘]이 좋다고 느꼈던 풍경을 보고 싶어서이다.
[마]는 칭다오에서 편지를 배달하는 [리]를 만나게 되어 그에게 그 풍경을 찾는 것을 부탁한다. 동네 구석구석까지 안다녀 본 것 없는 [리]이지만 그림만 보고 그 장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매일 만나는 [마]와 [리]에게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게 된다.
[리]는 우체부이지만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홍콩에서 온 새침한 여인에게 호감이 있는 그는 최대한 친절하게 그 장소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 한 노인의 제보(?)로 유력한 장소 ‘덩잉’을 찾아낸다. 그 장소를 알고 있는 것은 그림을 그린 [샘]밖에 없는데 [마]는 자신의 느낌으로 딱 잘라 아니라고 한다.
[마]는 [리]와 가까워지면서 [샘]의 기억을 잊게 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의도적으로 [리]를 멀리 하고 그녀의 마음은 복잡해질 뿐이다. 옆집 사는 할머니의 제보(?)로 [샘]이 그린 그림이 ‘덩잉’의 봄에 눈 내리는 풍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리]가 찾은 장소가 맞았지만 겨울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장소도 찾은 이상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려 한다. 가기 전에 미안한 마음에 [리]의 집에 찾아간 [마]. 그는 작품을 출판하러 다음날 베이징으로 떠날 작정이었다. [리]는 [마]를 만날때부터 그렸다며 그림동화를 한편 선물한다. 그녀는 홍콩으로 가기전에 “덩잉”에 들르고 거기에서 [리]를 만난다. 하얀꽃이 활짝핀 “덩잉”에서 [리]를 보면서 [마]는 [샘]이 느꼈던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일까.
왜 그토록 풍경을 찾았던 것일까?[샘]의 누나가 왜 그 풍경을 찾으려 애쓰는지 [마]에게 물어봤을 때 [마]의 대답
내가 예전에 아주 아끼던 인형이 있었어요.매일 밤 안고 자야지 잘 수 있었어요.하지만 나중에 새로운 장난감이 생겨서 그 인형을 기억 속에서 잊어버렸어요.결국 이사할 때 먼지가 많은 침대 밑에서 인형을 발견했어요.
뱀다리
오프닝과 엔딩에 나오는 일러스트는 대만의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 지미가 그렸다.
임가흔이 홍콩여자인데 보통어를 잘 한다. 영화에서 어릴때 대만에 살았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임가흔 대만 출신이다.
영어 제목은 The Floating Landscape - 잡을 수 없는 부유한 풍경이란다.
부산영화제의 줄거리를 옮겨 온 포스트 - http://www.kyungho.com/799
임가흔이 부르는 연지풍경 - http://www.youtube.com/watch?v=_BURRnzxD4k&feature=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