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만강] 북조선과 중화인민공화국의 경계는영화 추천/영화 2010. 12. 15. 17:32
첫 장면부터 놀랐다. 정지해 있는 화면이 1분만 지속 되도 나는 공포를 느낀다. 리홍치의 <겨울방학>처럼 갑갑하고 깨부시고 싶은 영화를 몇 번 당해보았기에. 하지만 장률 감독님은 적막하지만 멋지게 첫 장면을 시작하셨다. 영화가 끝난 다음에까지 아~첫 번 째 장면이 그래서 나온 거구나 하고 되 집어 볼 수 있었다. 아이가 죽은 척 하며 누워있는 것은 두만강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많은 탈북자들을 흉내 낸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 보면 친구를 그리워하는 그런 행동인 것 같기도 하다. 해석은 누구나 다르겠지.
하지만 끝 장면. 정확히 짚으면 끝에서 두 번째 씬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영화에선 그 아이의 감정을 따라갈만한 장치가 없었다고 본다. 그런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 지붕에 올라갈 때 까지만 해도 뭐가 있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아이가 취한 행동은 어이없었다. 억지로 그게 환상이라고 우겨본다. 누나가 말 하는 것도 그렇고. 할아버지가 누나가 말 하는 것에 하나도 놀라지 않고 눈만 껌벅거리는 것도 그렇고 영화적인 마무리를 한 걸 꺼야. 그냥 우겨본다.
줄거리는 탈북아이와 연길아이의 우정이라고 나와있었는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내가 연길에 가 보았기에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냄새가 전해져 오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가 본 연길의 한 가정은 영화에서처럼 아주 춥고 눈이 얼어붙은 마을의 초가집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는 못 봤다. 그 지방 말투는 우악스럽다. 영화에서처럼 방안에 가마니가 있고 남자들은 마루에 무뚝뚝하게 앉아만 있는데 여자들은 열심히 살림한다. 표정도 없고 친절하지도 않았던 사람들. 우린 서로 신기해 하기만 했지.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한국사람인지라 조금은 감성 돋는 장면을 영화에서 원하게 된다. 이 영화는 충분히 감성 돋게 할 수 있음에도 불친절 했다. 장률 감독님 영화에서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것을 안다. <두만강>에서 인물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었는데 인물에 빠져들 수 는 없었다. 내가 한국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남 일 같다. 치매할머니가 왜 강을 건너 북조선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지, 혼자 있는 방안에 탈북자를 들여서 밥을 먹이는지 순진한 건지 바보인 건지 알 수 없다.
예전 영화에서는 카메라가 좀 불안해 보였는데 <두만강>에선 매우 깔끔했다. 프로그래머는 한국 상영하게 되면 자막을 넣을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했는데 고민을 더 해보시길 바란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못 알아 듣는 것 일 수도 있고 말투가 익숙지 않아서 안 들리는 것일 수도있다. 그렇다고 외국어 수준은 아니고. 자막을 넣는다면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처럼 군더더기로 보일 것이 뻔하다.
주인공 남자아이 창호 연기 참 잘했다. 누나로 나오는 여자아이는 생김새가 꼭 한국 사람 같았다. 탈북자들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밥을 먹을 것 같다. 강 너머의 사람들 정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렇게 내가 무심하게 나만 생각하고 살아도 되는 걸 까 잠깐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