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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의 마법사 네팔편 감상평
    예능리뷰/최민용 2017. 6. 26. 14:37

    시간이 잘 맞아 꾸준히 본방사수 하고 있는 오지의 마법사. 파일럿 답지 않게 제작발표회도 하고 엠비씨에서 많이 밀어주고 있다. 1회 이후 MBC드라마넷이나 MBC everyone 채널통해 재방송도 엄청나게 돌리는 중이다. 2회 방송 시청률이 1회보다 2배 올랐는데 시간대 변경이 시청률 상승에 큰 몫을 했다. 지금 방송하고 있는 토요일 11시 10분은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 예능으로 비교될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SBS는 시사프로그램이고 KBS는 드라마다) 편성 운은 대박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나 역시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다. 오지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 외에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이나 1박 2일, JTBC에서 했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까지. 히트쳤던 예능의 장점만 가져와서 흉내에 그치고 있다. 오지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인데 오지 풍경과 오지에 사는 사람들의 순수함을 전하기엔 72시간이라는 제작기간은 너무 짧은 것 같다. 

    오지에서 자력으로 여행을 해야하는 컨셉은 정글의 법칙을 닮았다. 그런데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다보니 만들어 먹거나 찾아 먹지 못하고 얻어 먹어야 한다. 공짜로 얻어먹는 것이 미안하니 조금이나마 노동을 해서 보답을 한다고 하는데 처음 오는 곳인데다 말도 통하지 않아 돈을 받을 만큼의 노동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도 풍부하지 않으니 일하는 것 보다 얻어 먹는 것이 낫긴 하지만 얻어먹는것은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만들어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1박 2일의 세계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케일 외에 다른점이 있다면 1박 2일은 피디가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다면 오지의 마법사는 제작진마져 예측불가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들의 무한도전이나 다름없다. 3박 4일 야외 촬영인데 끊임없이 이동한다. 출연자들이 계획했던 대로 못 따라오기까지 하면 방송 나갈 분량을 못뽑아도 그냥 가야한다. 네팔 편은 A와 B팀이 나누어 갔는데 두 팀이 만나야 하는 시점에 못만나니 제작진 맨붕 온 것 같았다. 방송도 늘어졌다. 출연자도 제작진도 인내하며 찍은 티가 많이 난다. 

    오지의 마법사가 네팔로 떠난다고 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예능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였다. 비정상회담 멤버들의 집을 찾아가는 JTBC 예능은 정말 재미있었다. 네팔 도착까지 수많은 환승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 가족 친지와의 만남과 즐거운 한때, 헤어짐의 아쉬움까지 제대로 담아냈기에 네팔이라는 곳이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이다.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오지의 마법사 속 네팔인들은 JTBC 예능과 비교하면 수박 겉핥기 였고 출연자들은 좋았다며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나는 별로 인상에 남는 부분이 없었다. 

    오지의 마법사 네팔편은 출연자만 6명이었고, A와 B팀으로 나누어 여행했다. 그러니 두팀이 여간 비교되는 것이 아니었다. 왜 저팀은 잘먹는데 저팀은 못먹을까. 저팀은 왜 저렇게 다녀야만 할까. 프로그램에서 비교 체험을 유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팀을 나누어 보여주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싶다. 두 팀이 무슨 목적에 따라 나누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 남자에 비슷한 연배가 많은것도 좀 재미없다. 연예인, 일반인 팀을 만들던가. 성인 아이팀을 만들던가. 비교되더라도 흐믓하게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은 특이하게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만들어놓았다. 홈페이지에 써도 조회수가 최대 8이다. 제작진 이름도 없다. 장난처럼 '마법사 일동' 이라고 해놓았다. 만들때부터 화제성을 기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오지의 마법사가 계속된다면 ㅋ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보긴 하겠지만 더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인내심도 한계가 있다. 무소유의 미덕같은 거창한 철학을 안고 시작했을지 몰라도 가진 것이 없다면 발품을 팔거나 얻어 먹기라도 해야된다는 현실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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