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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울의 아들 - 아들 장례에 집착한 이유
    영화 추천/영화 2016. 3. 2. 21:14



     난 아카데미 본상 수상작보다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본상에는 왠지 로비가 많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 외국어 영화상은 진짜 작품성 위주로 뽑는다는 느낌을 어렸을때부터 줄곧 받았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은 보통 다 볼만하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수상작인 사울의 아들은 정말 고생하며 찍은 영화였을 것 같다. 영화 만들 때 고생 없이 만들 수는 없지만 한 두 번 연습으로 되지 않았을 집요한 부분이 있다. 주인공 배우 얼굴에 카메라가 바짝 클로즈업 되어서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씬이 수 없이 많은데 엔지가 나도 안 되지만 그 감정선 유지하는게 주인공 배우가 너무 부담스러웠을 것 같고 그걸 핸드핼드로 들고 찍는 카메라 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걸 밀어 부치는 감독이 대단하고 그것에 대한 성취가 분명 있는 영화였 다. 


     시나리오도 좋았다. 사울이 아들 장례를 치르려고 별 짓 다하는 모습이 위태하면서도 주인공이니까 아버지는 살겠지 하는 안도감도 한편으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죽을 것 같다는 긴장감이랑은 또 다르다. 아슬아슬 하고 위태하고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정말 혼돈의 아궁이다. 대사가 별로 없는데 그 별로 없는 대사에도 반전 가득한 플롯이 있었다 ‘내 본처가 낳은 아들은 아니야’ ‘어짜피 우리는 예전에 죽었어’ 같이 이야기 진행 상 꼭 필요한 대사만 있었다. 


     사울이 아들의 장례에 집착한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아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내 생각에 감정도 이성도 말라버린 사울의 행동은 본능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다른 동족들을 가스실에 들여보내고 죽은 뒤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울은 오래전에 감성과 이성이 정지된 것으로 보인다. 수 많은 생명의 죽음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애써 부정하며 ‘내 탓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 지옥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를 본 순간 감추고 있었던 사울 안의 죄의식이 깨어난 것이다. 본처가 낳은 자식이 아니기에 직접 키우진 않았을 것 같고 그래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 자식이지만 그 아이를 혼외자식으로 낳고 그렇게 버려 둔 것에 대한 죄의식이 발동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이 끊어지는 것에 대한 이성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지만 이성도 감성도 아닌 양심의 어떤 것이 깨어난 것 같다. 


     영화 보면서 홀로코스트라는 사악한 일이 한 시대를 장악한 일에 새삼, 또 경악했다. 존더코만도들이 나중을 대비해서 사진도 찍고 문서도 만들어서 숨기고 그런걸 보면서 정말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죽은 후에라도 뭔가 남기려고 저항하는 그런 정신들이 고결하다고 느꼈고 그 부분은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은… 최고였다. 결말이 어떻게 날까 이것 아니면 저것이겠지 했던 것이 다 잊혀지고 상상 못했던 결말을 던져주었다. 정말 대단한 여운이 남는 영화다. 어떻게, 무엇을 공부하면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게 될까. 

     

     감정소모가 심해서 보통 정신으로는 이런 연기가 안나왔을 것 같은 사울역할의 배우는 전문 연기자는 아니라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그런 아픈 과거가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이 배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4살에 고아원에 들어가고 12살에 유대인 가정으로 입양된. 그 가정의 할아버지도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고 하고. 그 자신도 왠지 끌려서 아우슈비츠 근처에 가서 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유대교 종교가?가 된 것 같고 자기를 시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좋은 영화를 보면 늘 그렇듯이 이 감독의 다름 작품을 기다린다. 정말 영화의 큰 매력중에 하나가 이런 대단한 감독들이 끊임없이 나와 준다는데 있다. 서른아홉의 장편 데뷔작이 이정도라니.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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