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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 수업, 체육시간으로 바꿉시다.카테고리 없음 2011. 9. 22. 13:44
여학생들은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운동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입시 때문에 덜 중요한 과목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내가 겪은 체육시간은 노는 시간이었다. 운동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얼마나 귀찮았던지 조금만 아파도 계단에 앉아 있고 싶었다. 그러다 실기시험이 다가오면 바짝 연습하다가 점수가 잘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저들은 타고난 아이들이고 나는 운동신경이 없다고 자책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체육시간을 차라리 자율학습 시간으로 바꾸자는 아이들도 많았다.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운동 연습할 시간을 주면 운동장에 친구와 붙어 앉아 수다 떨기 바뻤다. 몸으로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유도를 배우면서 운동 예찬론자가 됐다. 유도경기를 볼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그런 거친 운동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2년 동안 유도장을 다니며 검은띠를 받았다는 지인의 한마디가 나를 확 끌어당겼다. “나 학생 때 운동 못했어. 체육시간도 싫어하고. 근데 하니까 너무 좋아. 튼튼해져. ” 단을 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검은 띠를 받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유도장에 등록 하고 낙법을 일주일 동안 배웠는데 고작 그걸로 다리가 뻣뻣해져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구르기 하거나 끌기, 포복을 하는 것도 민망했다. 자세를 제대로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역시 유도는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이 익혀졌다. 나는 매일 유도를 한 것 밖에 없는데.
금세 유도에 재미가 붙었다. 땀을 흘리는 것이 이렇게 좋은 느낌인줄 몰랐다. 팔 뒷꿈치가 다 까지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기분이 너무 좋다. 밀고 당기고 짓누르면서 목이나 발 등, 팔 안쪽, 손가락 등과 배, 팔꿈치에 있는 근육을 느낀다. 유도장 매트에 내 온몸을 던지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10분만 짬이 나도 공을 차는 남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외롭고 고고하게 하는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하며 밀고 당기고 메치는 것이 참 매력적이다. 운동이란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운동의 맛을 알고 나니 지금 학창시절 체육시간을 즐기지 못 했던 것이 후회된다. 하지만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유도장을 다니지 않는한 학교에서 운동을 해결하긴 힘들어 보인다. 입시과목에 밀려 체육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
체육 시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1년에 딱 한 종목으로
지금 체육시간은 배우는 종목이 너무 많다. 농구, 배구, 배드민턴, 포환던지기, 멀리 뛰기도 했다.
그러니 그냥 이런 운동도 있구나 알고 가는 정도이다. 자신의 기록을 갱신할 여유도 없다. 점수를 따기 위한 운동은 몸에 배기도 전에 까먹는다. 유도를 배워보니 그냥 맛만 봐서는 그 운동을 이해할 수도 없고 잘 할 수도 없는 거라는 것을 알았다. 운동은 자신과의 싸움으로 힘든 고비를 넘겨가며 실력을 쌓는 것인데 최소한 한 종목을 일년은 배워야 운동이 뭔지 겨우 알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딱 한 종목만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체육시간은 주 5시간으로
그런데 현실에선 체육시간이 적어도 너무 적다. 수업 일수도 적지만 수업시간도 적다. 수업이 50분이면 집합하는데 10분, 끝나기 전 10분은 어영부영 지나간다. 30분의 절반은 운동 기술을 배우거나 시범을 본다. 그러면 혼자서 기술을 익히는 시간은 겨우 15분이다. 이렇게 해서 일 주일에 두시간으론 어림도 없다. 일주일 내내 운동시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다 하더라도 어떤 날은 2교시였다가 어떤 날은 5교시라면 리듬이 깨진다. 공부하다 운동하고 쉬지 못하고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운동시간은 0교시로 고정
학생들이 매일 운동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을 발견했다. 0교시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다. 그러고 보니 왜 0교시와 보충수업에 일반 과목 공부만 하려 했을까? 오전과 오후에 체육 시간 같은 예체능 과목을 빼고 수업시간에만 해도 되는것을. 그래도 배분된 수업 시간 다 채우는 것일텐데.
어짜피 학생들이 학원 다니는 것은 계속될 것이고 그럼 컴퓨터는 언제하나? 밤에 하지. 그리고 0교시에는 잠을 잔다. 이 가장 졸린 시간을 책상에 억지로 묶어 놓는 것보다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리듬도 깨지지 않고 샤워시설만 잘 갖춰 있다면 청결한 상태에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그러니까 하루에 가장 마지막 수업을 운동으로 장식하자는 생각을 한 것은 스트레스 해소 목적이다. 땀을 흘리며 힘들었던 하루를 정리하는 것.
이렇게 3년이나 6년 내내 하면 운동신경이 없다는니 입시가 체육시간보다 중요하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학생이 학생을 가르치게 하자
운동은 우열반을 나눌 필요가 없다. 서로 가르쳐 주면 되니까. 유도를 배우면서 운동으로 사람과 교감하는게 좋았다. 조금 오래 배운 사람은 새로 배운 사람을 가르치니 가르치는 사람은 교육 방법을 배운다. 동료에게 배우면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 보다 편하게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 한 명이 40명을 가르쳐야 하는 체육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선생님은 대련을 지도하고 누가 누구를 가르칠지 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운동할 시간도 학생시절이 가장 적기다. 젊으니까 빨리 배우고 실력도 급 성장할 수 있다. 또 어릴 때 배우면 잘 까먹지도 않는다. 운동 기술 하나 제대로 익히면 세계 어디를 가나 사람을 사귀기 쉽다. 글로벌 마인드 글로벌 마인드 하고 떠들면서 영어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는데 운동이야말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최고의 도구이다. 또 치한 같은 위험에서 몸을 보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의 운동 습관은 평생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꼭 1인자가 되지 않아도 그 이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 점이 너무 좋다.
운동은 돈, 명예, 사랑, 자기개발에 가려 학생들이나 부모님의 관심 밖이지만 젊은이들은 공부 못지않게 운동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던져버릴 문제집을 끙끙대며 푸는 것보다 운동을 하는 장점이 더 많다. 살면서 백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