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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삼킨 남자
    카테고리 없음 2010. 1. 13. 23:36

    모든 것을 알면 인생이 바뀔까?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상세보기
    A. J. 제이콥스 지음 | 김영사 펴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독파하기 위한 한 남자의 지식탐험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바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완독하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저자는 종합적인 지식을 완벽하게 갖춘...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의 요약본처럼 보이는 책을 읽었다.
    제목은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티커’. 미국작가가 쓴 것으로 판권을 구입한 김영사는
    원제목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제목을 붙여 가쉽이나 좋아하는 한량한 사람들이 아닌
    지식에 목마른 지성인들이 이 책을 선택해 줄 것을 명확히 했다.

    소제목도 갑갑하긴 마찬가지인데 무려
    백과사전을 통째로 집어삼킨 남자의 가공할 만한 지식탐험이다.
    아무나 읽으면 되지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랐으면 이렇게 구체적인 소제목까지 붙였을까. (여기서
    가공이라는 단어가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 상상을 뛰어 넘는 이라고 했으면 이해가 잘 됐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호기심에 책을 대출했다. 서문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나도 똑똑했다. -----나는 제법 여러가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이래 나는 천천히 바보의 길을 밟았다.
    서른 다섯이 되자 나는 황당할 정도로 멍청해져 있었다.

     

    글쓴이는 에스콰이어 편집자다. 대학교 시절까지 D.H 로렌스의 소설을 즐겨 읽었고,
    마르크스주의의 원리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사람이었다.
    허나 졸업하고 나서 머리 속에 넣는 것이라고는 TV와 연예 잡지였다.
    어느날 보니 한심해 지더란다. 그래서 똑똑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한거다. 

     

    이 사람의 도전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오락 연예 정보만 꾀고 있는 것 보다 하나라도 가치 있는 정보를 얻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 속에는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욕구도 숨어있다.

    친구에게
    나 어제 슈퍼주니어 영상만 내리 4시간 보다 잤어 하는 것보다
    영어 학원 다녀오니 12시더라
    고 말하고 싶은 욕구라 할까.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쓴이는 백과사전 읽기로 결심한 것을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닌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잡지 편집자답게 맛깔 나는 글발에 빨려 들어가
    다음
    (DAUM) 텔존 기사를 훑어보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느꼈다.
    (이 책은 브리테니커 요약본이 절대 아니다. 브리테니커를 읽은 것을 바탕으로 해당 항목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다. 물론 단어를 놓고 논술하는 식은 아니고 그 주제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적었다)

    책에는 그가 브리테니커를 읽으면서 떠올랐던 생각과 도전 과정이 생생하게 적혀있다.
    마치 실시간 생중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글쓴이와 같이 느끼게 되었고
    직장에서의 일과 가족의 대화와 예측 못한 사건들은 마치 모큐멘터리(다큐멘터리 형식의 극)같았다.

    그렇게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사람이 단순히 브리테니커 전권 통독을 목표로 하고 읽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글쓴이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취향에 따라 한정적이다.
    그러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일까?
    나는 많이 아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답을 알고 있으니까.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아는 것 보다 많다.
    나만해도 만날 들고 다니는 휴대폰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지도 모르고
    잠을 늦게 자면 다음날에 왜 발이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부딪힐 때는 그 사람이 왜 저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고 말이다.
    그럼 무엇을 아나?
    매달 나오는 월급 몇 개월 모아야 노트북을 살 수 있는지 계산 정도는 하겠다.
    하지만 도중에 월급이 안 나올 수도 있고 노트북 가격이 올라갈 수 도 있고. 너무 변수가 많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지?

     

    글쓴이가 그랬듯이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기운이 빠진다.

    글쓴이는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읽은 것을 써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매형 에릭은 브리테니커를 읽은 자기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부인은 별것도 아닌 것을 대단하게 치장한다며 신경질 낸다.
    게다가 자랑 좀 하려고 백만장자 되기 퀴즈쇼에도 출연하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내려온다.
    이렇게 많은 걸 아는데 아무것도 모르다니. 우리 참 불쌍한 인생이다.
    시간 보내는 것 말고 남는 게 있나?

     

    이 책은 많은 지식도 나 하나 건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신랄하게 느끼게 해 준다.
    글쓴이는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 인세 받는 것 아니었으면 아무런 위안도 못 받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브리테니커 통독따위는 불임을 탈출하고 아기를 얻은 것에 비길바가 아닐 테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시간낭비하지 말고 이 책으로 끝냈으면.
    지식이 사람을 살 찌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뱀다리

    마지막 페이지에 두 명이나 낙서를 해 놓았다. 나는 낙서 대신 포스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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