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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없이 보낸 1년
    카테고리 없음 2008. 4. 14. 18:29

    재작년쯤. EBS에서 'TV가 나를 본다라는 다큐를 했다. 거실에 TV를 치워버린 네 가정은 한 달 동아 어떻게 변했을까 관찰하는 내용이다. 모두 처음에 결딜 수 없어 한다. 그러다 1주일 정도 지나면 책을 보거나 놀이를 하거나 나름대로 즐기는 방식을 찾아나선다. TV 보는 시간을 채운 다른 취미들에 만족하며 TV없이 못 살 줄 알았는데 너무 좋다는 탄성을 지른다. 근데 반전은 그 뒤에 나온다. 한 달 뒤, 실험이 끝나고 TV를 다시 거실에 놓으니 바로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는 것.

    대게 자취생들은 TV없이 잘도 지낸다. 그렇지만 인터넷 조차 없이 사는 이는 드물 것이다. 실시간 뉴스나 인터넷 화제거리와 멀어지는 것은 두 번째 문제이다. 학교나 회사에서 인터넷을 해결한다고 해도 인터넷 뱅킹이나 큰 문서를 외부로 보내는 일들은 너무나 불편하다. 사진을 많이 찍어도 미니홈피에 올릴 수가 없고 동호회 같은데서 하는 정팅은 꿈도 못꾼다. 맛집이나 새로운 여행 장소를 찾고 싶어도,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을 알고 싶어도특히 영화 시간표. ARS에 의지하려면 기본적으로 2분 동안 말 들어주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나는 지난 2007년 3월부터 인터넷과 TV없는 집에서 살았다. 가족과 함께. 가족 중 누가 DMB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은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다쳐도 TV매체 없이 일년을 살았다는 것 TV를 우리처럼 없애지 않는 이상 힘들것이다.

    TV를 없앤 것은 당연히 아버지시다. 누가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랴. TV때문에 책을 못 읽겠어. 안 자냐? 또 TV보는 거야? 이런 잔소리는 어려서 부터 익히 들어왔지만 무슨 결심을 하셨는지 여긴 내 집이야. 너 분가하면 거기서 TV 실컷 봐라하실 때는 정말 대략 난감했었다. 게다가 한 달 뒤에는 인터넷 마져 가차없이 끊어버리셨으니.

    집에 돌아가도 유희가 없다.
    집에 볼 거리가 아무것도 없으니 나는 볼거리를 사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일주일에 몇 번씩 수 많은 잡지와 책을 사갔다. 마치 인터넷을 서핑하는 것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패션잡지들, 생전 안보던 술 술 읽히는 연애소설들(절대 두 번 못보는). 지하철 신문들을 다 가져와 펼펴보고 또 보고. 그리고 지하철 가판대의 DVD까지 사봤다.(인터넷은 끊었지만 컴퓨터는 있기에 ㅋㅋ) 집에 돌아가 청소 다 하고 누워 있으면 잠도 안 오고 볼 것은 없고 온갖 공상에 시달리는데 그래서 MP3에 생각을 녹음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어떤가? 인터넷 폐인못지 않잖아? 그것들을 다 하고 나면 시간 낭비+ 돈 낭비로 인터넷 할 때 보다 돈은 더 든 셈이다.

    내가 TV와 인터넷 하는 시간을 줄여서 자기계발에 쓴 것은 없다. 자기계발 집에서 하는거 그건 정말 집념으로 X을 싸야 하지. 자기계발할려고 TV를 없앤것도 아니니까. 친구들과의 시간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집에서 친구들과 노나? 그럼 가족과의 대화는? 하하, 취침 시간이 앞당겨져 모두 자기 바쁘다.

    그렇지만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꼭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집착하던 옛 시절이 그립지는 않다. 가끔 식당에서 TV 광고를 볼 때마다 놀란다. 예전에 TV보는 재미는 광고보는 재미였는데. 유명한 배우라고 해도 그들이 나온 드라마를 본 적이 없으니 억지로 웃고 억지로 울고 웬 쇼를 저리 하나 싶고. 또 광고주의 의견을 너무나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서 민망할 지경이다. 하찮은 것들을 비쥬얼로 어떻게 좀 꾸며보려는 거 너무 뻔히 보인다.

     일년을 돌아보니 우리는 인터넷이나 TV가 사람을 잡아 끈다고 하지만 사람이 그것을 먼저 원하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낀다. 나의 생각을 무장해제하고 일상의 모든 것을 떠나 별나라로 가게 해줄 것이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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