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답다. 사랑했었다라니. 토크쇼에서도 10점만점에 진심이 몇점이냐고 했을때 겨우 5점 넘은 것처럼 "일단 5점은 넘어요"라고 했었지. 사랑이란 말 쉽게 하지 못하고 해본적도 거의 없었다는 남자입에서 나온 말치고 꽤 과감한 표현이 아닌가.
노골적으로 진심을 말하면 오히려 가쉽거리로 희석된다는걸 알기때문인지 인듯아닌듯 과거형으로 여운을 남기는게 이 남자의 진심표현법인것 같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은 것처럼 담담한 표정이 이상야릇.
언제 부터였을까. 사랑.
의욕만 앞서고 무질서하게 요리했던 사유리가 엄마에게 물어봐서 알아온 레시피로 정갈하게 나베를 차려줬을때?
어머니가 써준 편지를 냉장고에 붙이고 자신 위해 안맵게 만든 김치에 고마워 했을때?
유부남 건드리지 말라며 요가강사를 째려보던 순간인가?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져서 미안하다며 눈물 맺힌 눈으로 눈도 못마주치고 손가락을 꼬옥 잡던 순간?
생일이벤트 받고 너무 좋아서 꽈베기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왜 이렇게 멋있게 했어? 이렇게 느끼한 남자였어? " 하면서 함박미소로 맞아주었을때?
산사에서 처음 잡는 손이 어색하지 않은지 놓아도 다시잡고 놓쳐도 먼저 잡아주던 사유리 모습도 너무 귀여웠는데.
엄마 아빠의 갑작스런 방문에 재빨리 준비한 분홍색 커플티를 입고 정말 기분좋은 얼굴로 신나게 민속촌을 거닐던 모습도 좋았다.
설마... 그때는 아니겠지? 집들이 하던날 종이 사이로 서른 아홉 번의 키스를 했던 ㅋㅋㅋ
사유리 집에서 잔 날.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이미 문앞에 와있었으면서 안 기다린척 발을 쿵쾅 쿵쾅 굴려주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지금도 그장면을 떠올리면 미소가 번진다.
첫 만남. 부인이 누굴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하네다 공항에 내린 그 앞에 [민사마 내것]이라는 피켓을 들고 떡하니 게이트에 서 있는 하얀원피스의 아가씨를 마주 쳤을때, 같이 프로그램도 했던 후배가 가상 재혼의 상대자인걸 알았을때는 앞으로 펼쳐질 따듯한 미래를 상상할 겨를이 없었을 거다 아마도.
연예인으로 이십년 살면서 이런 저런 사생활이 노출되고 때로는 왜곡된 진실을 사실인냥 달려드는 사람들과의 눈빛과도 마주해야 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남자인데
이상민이 말한 "사랑했었다"는 과거형일지도, 끝인사로 할 수도 있는 가벼운 말일수도 있지만 님과함께에 깊이 빠져 이 남자의 변해가는 눈빛 하나 말투하나 놓치지 않았던 시청자라면 진심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란 이유로 이상민에게 사랑의 손길을 먼저 내밀었던 사유리는 사랑할수 밖에 없는 여자였으니까.
입에 담기조차 싫은 지우고 싶은 기억과 행운과는 거리가 먼 사건들 때문에 눈물마져 얼어버린 겨울 같은 한 남자에게 찾아온 햇살 같은 여자.
외로움이라는 두꺼운 외투를 벗긴 밝고 따듯한 햇빛.
이 남자, 참 좋은 여자를 만났던것 같다.